한 권의 책을 만들며 덜어낸 문장

책 원고를 고칠 때는 무엇을 더 쓸지보다 무엇을 빼야 할지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쓰고 있는 『방송작가는 바로 “글 써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에서도 문장 하나를 덜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문장은 보기에는 생생했지만, 제 취재 경험으로 읽힐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원고의 수정 전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초고에는 구체적인 물건이 세 개 있었습니다

7월 원고의 ‘좋은 질문보다 질문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장에는 질문을 바꾼 뒤 상대가 자세한 장면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문단이 있었습니다. 그 끝에는 이런 문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자 접힌 영수증과 젖은 운동화, 마지막 통화 시간이 뒤늦게 나왔습니다.

영수증과 운동화, 통화 시간은 각각 눈에 보이는 단서입니다. 문장만 읽으면 당시 인터뷰에서 나온 답처럼 느껴집니다. 앞부분도 ‘현장에서 인터뷰가 멈춘 적이 있다’는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단 전체가 제가 실제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처럼 읽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체적인 소품과 답변을 제 취재 기록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라면 그 성격을 밝혀야 하고, 실제 업무 경험을 말하려면 기억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써야 합니다. 제 책에서 기억나지 않는 대사와 장면을 만들지 말라고 안내하면서, 정작 제 현장 기록처럼 읽히는 문장을 둘 수는 없었습니다.

검수본에서는 소품을 덜고 질문의 움직임을 남겼습니다

8월 검수본에서는 그 문단을 다음과 같이 고쳤습니다.

제가 취재할 때는 준비한 질문으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를 계속 캐묻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시간과 장소, 가장 먼저 한 행동처럼 답하기 쉬운 사실로 되돌렸습니다. 질문의 난도를 낮춘 뒤에야 구체적인 장면과 말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접힌 영수증을 지우면서도 글의 중심은 남겼습니다. 앞선 질문으로 답을 얻기 어려우면 ‘무엇을 깨달았나요?’에서 ‘그때 어디에 있었나요?’로 돌아간다는 작업 방식입니다. 독자가 배워갈 것은 세 물건의 생김새가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판단이었습니다. 소품을 덜어내니 오히려 제가 실제로 해온 일의 범위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다른 선택도 있었습니다. 영수증 장면이 꼭 필요한 설명이었다면 ‘구성 예시’라고 표시하고 가정형으로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질문 순서 자체가 핵심이라 그 예시를 남길 이유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꾸며진 장면을 조금 고쳐 붙이기보다 문단을 다시 써서 실제 작업의 판단만 전했습니다.

좋은 문장도 이번 원고에 남길 이유를 묻습니다

문장을 지울 때는 멋있는지부터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 문장이 사실로 확인되는지, 예시라면 예시라고 밝혔는지, 책의 핵심을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한지를 봅니다. 같은 장면을 길게 묘사했더라도 역할이 없다면 덜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거칠고 짧은 말이라도 그 사람만의 실제 경험을 드러낸다면 남겨야 합니다.

원고를 다듬을 때 다음 세 가지를 표시해보세요. 첫째, 실제로 확인한 일인데 설명이 부족한 문장. 둘째, 설명을 위해 만든 사례라 표시가 필요한 문장. 셋째, 중심과 관계가 약하거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덜어낼 문장입니다. 세 부류를 나누면 문장을 지우는 이유를 분량 조절이 아니라 글의 정확성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삭제한 문장은 원고의 별도 버전에 남겨두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도 무엇을 바꾸었는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원고의 영수증 문장은 세 번째에 가까웠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바꾸었나’라는 중심은 남기고, 확인할 수 없는 소품은 덜었습니다. 오늘 자신의 글에서도 가장 생생한 문장 하나를 골라보세요. 생생하다는 이유 외에 그 문장을 남겨야 할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면 다음 편집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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