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에 “친구는 내게 화가 났습니다”라고 쓰면 문장은 짧고 분명합니다. 하지만 친구가 실제로 어떤 말을 하고 행동했는지, 내가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글에서는 내가 본 일과 내가 짐작한 마음을 구분해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구분을 하면 장면도 더 구체적으로 살아납니다.
먼저 카메라로 볼 수 있는 일을 적습니다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을 바꿔달라고 말했을 때 친구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잠시 말이 없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말을 건넨 일, 친구의 행동, 이어진 침묵입니다. 친구가 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는지까지는 그 장면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메모에 “친구가 실망했다”라고 적었다면 옆에 다음 질문을 붙여보세요. 그때 친구가 실제로 한 말은 무엇이었나요? 손은 무엇을 했나요? 내 질문 뒤에 얼마나 대답이 없었나요? 답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나는 행동 하나만 남겨도 장면의 출발점이 됩니다.
상대의 속마음 대신 내 해석을 밝힙니다
다음 두 문장은 비슷해 보여도 담고 있는 정보가 다릅니다.
| 마음을 사실처럼 쓴 문장 | 관찰과 해석을 나눈 문장 |
|---|---|
| 친구는 약속을 바꿔달라는 내 말에 화가 나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 내가 약속 시간을 바꿔달라고 하자 친구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침묵이 내 말에 대한 불만처럼 느껴졌습니다. |
오른쪽 문장에서도 나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화가 나서”라고 친구의 이유를 확정하는 대신, 친구가 한 행동과 그때 내가 느낀 바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친구가 실제로 화가 났다고 말했거나 나중에 이유를 설명했다면 그 말은 별도로 쓸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를 그럴듯한 대사나 심리 설명으로 채우지는 않습니다.
장면을 더 잘 보여주려고 표정과 몸짓을 잔뜩 보태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친구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는 한 가지뿐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 가지를 정확하게 남깁니다. “한숨을 쉬었다”, “눈을 피했다” 같은 행동이 실제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글의 분위기를 위해 만들지 않습니다.
내 감정은 직접 쓰되, 생긴 순간을 붙입니다
관찰을 쓰자고 해서 감정 단어를 전부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불안했습니다”라고 쓰는 것은 내 마음을 밝히는 문장입니다. 여기에 무엇을 보고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붙이면 독자가 함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친구가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나는 약속을 바꾸자는 말을 꺼낸 게 잘못이었나 싶어 불안했습니다”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친구의 마음에 관한 사실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내 생각입니다.
시간이 지난 뒤 해석이 달라졌다면 문단을 나누어 적어보세요. 그때는 침묵을 불만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이유를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시선이 과거의 불안을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시점을 구분하면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내 변화가 보입니다.
공개 전에는 한 번 더 읽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오는 원고라면 이름과 직업, 장소, 날짜를 함께 적었을 때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덜어도 장면은 남길 수 있습니다. 대화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 따옴표로 단정해 쓰기보다 내가 기억하는 요지만 적습니다. 특히 상대가 말하지 않은 의도나 속마음을 글쓴이가 대신 증언하는 문장은 조심해서 고칩니다.
오늘 쓴 문장 가운데 “그는 나를 무시했다”, “그 사람은 후회했다”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단정한 문장을 하나 골라보세요. 그 아래에 실제로 본 행동 한 줄, 그 행동을 보며 내가 느낀 것 한 줄을 따로 적습니다. 두 줄을 연결하면 설명만 있던 문장에 장면과 나의 시선이 함께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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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oute와 함께, 질문으로 완성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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