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모한 공모전 요강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작품 내 AI 명령어(프롬프트) 잔존 등 AI 활용이 명백히 의심되거나 판명될 수 있는 객관적 정황이 발견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예전 요강에는 없던 문장입니다. 미발표작이어야 한다, 중복 투고하면 안 된다는 조건 옆에 이 항목이 나란히 붙기 시작했습니다.
읽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춘문예 요강에도 같은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2026년 회차 기준으로 확인한 것만 네 곳입니다(2026년 9월 11일 확인).
| 신문사 | 요강 문구 |
|---|---|
| 문화일보 |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창작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은 취소됩니다” |
| 동아일보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응모작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선이 취소됩니다” |
| 한국일보 |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은 취소됩니다” |
| 현대경제신문 | “응모작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선이 취소됩니다” |
문구가 거의 같습니다. 불이익이 아니라 당선 취소입니다. 상을 받은 뒤에도 확인되면 되돌린다는 뜻입니다.
주목할 것은 어느 곳도 “AI를 쓰지 마시오”라고 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부 “창작한”, “작성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입니다. 글을 만들어내는 데 썼는지를 보겠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미 AI에게 물어본 뒤였습니다
공고를 보자마자 쓰고 싶은 소재가 떠올랐습니다. 글의 구조까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AI에게 물었습니다. 원고를 써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제 아이디어가 어떤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좋은 소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사실 더 묻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제안을 듣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AI의 조언에 기대어 글을 써온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 조항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질문을 다 써놓고 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화면에 문장이 그대로 떠 있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유혹이 정말 컸습니다. 글을 쓰는 일보다 그것을 참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결국 지웠습니다.
묻지 않으니 생긴 일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진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묻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제 마음속, 제 머릿속 기억들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몰입하듯 써 내려갔습니다.
AI에게 물었다면 더 좋은 문장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글은 제 기억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묻지 않은 것이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다 쏟아낸 다음에 한 일
머릿속 내용을 전부 꺼내니 A4 넉 장이 나왔습니다. 응모 분량은 서너 장이었습니다.
그다음이 진짜 작업입니다.
- 흩어진 내용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단락을 만들었습니다
- 그 단락들의 순서를 고민했습니다
- 순서를 바꿔가며 내용에 변주를 주었습니다
쏟아내는 일과 짜는 일은 다릅니다. 쏟아낼 때는 판단하지 않고, 짤 때는 쏟아내지 않습니다. 이 둘을 섞으면 둘 다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짜는 작업이야말로 AI에게 넘길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떤 기억을 앞에 둘지는 그 기억을 가진 사람만 압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됩니까
요강마다 문구가 다르므로 응모 전에 해당 공고를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조항들을 놓고 보면 경계는 이렇게 읽힙니다.
명백히 걸리는 것
-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원고에 넣는 것
- 원고 파일 안에 프롬프트나 AI 응답 흔적이 남아 있는 것
-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게 다듬어달라고 시키는 것
판단이 갈리는 것
-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
- 구조나 순서를 상의하는 것
- 문장을 고쳐달라고 하는 것
대체로 문제되지 않는 것
- 맞춤법과 오탈자 확인
- 요강과 자료 조사 (단, 사실은 원문으로 다시 확인)
가운데 칸이 어렵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췄습니다. 규칙이 애매할 때는 안 하는 쪽이 편합니다. 나중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쪽으로 가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수강생이 물으면 어떻게 답합니까
같은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되묻습니다. “이 원고를 낸 뒤에, 내가 썼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걸리면 그 부분은 덜어내면 됩니다. 요강의 문구를 외우는 것보다 이 기준이 오래갑니다.
정리하면
- 응모 전에 요강에서 AI 조항부터 찾아보십시오. 없던 문장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 불이익이 아니라 당선 취소입니다. 상을 받은 뒤에도 되돌립니다
- 파일 안에 프롬프트나 AI 응답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보내십시오
- 애매하면 묻지 않는 쪽을 고르십시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았습니다
- 쏟아내는 일과 짜는 일을 분리하십시오. 짜는 일은 넘길 수 없습니다
조항이 생긴 것을 불편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저는 덕분에 오랜만에 제 기억만으로 한 편을 썼습니다.
🚀 실전 AI 프롬프트 가이드
원고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AI를 쓸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요강 점검입니다. 응모자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을 뽑아내게 합니다.
아래 공모전 요강을 붙여넣을게. 다음 항목만 표로 정리해줘.
1. 응모 자격 (지역·나이·경력 제한이 있으면 그대로)
2. 분량 (단위가 원고지인지 A4인지 명시)
3. 제출 편수 (최소·최대)
4. 마감 기준 (소인일인지 도착일인지)
5. AI 사용 관련 조항이 있으면 원문 그대로
6. 실격 사유
요강에 없는 내용은 "명시 없음"이라고 쓰고, 추측해서 채우지 마.
[여기에 요강 전문을 붙여넣기]
원고 본문은 넣지 마십시오. 이 프롬프트는 요강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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