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글은 틀린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단어가 몇 개 없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문장의 습관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 글은 AI 탐지를 피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AI가 쓴 글을 사람이 쓴 것처럼 위장하는 건 구글 스팸정책 위반이고, 무엇보다 글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건 AI 초고를 내 문장으로 바꾸는 퇴고 기술입니다.
1. 같은 말을 표현만 바꿔 계속 반복한다
수강생 원고를 볼 때 제가 가장 자주 잡아내는 것이 이겁니다.
메시지는 하나인데 그걸 아사무사하게 바꿔가며 세 번, 네 번 되풀이합니다. 문장은 다 다른데 하는 말은 같습니다. 그래서 한 편을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고치는 법은 간단합니다. 문단마다 “이 문단이 하는 말”을 한 줄로 적어보세요. 같은 줄이 두 번 나오면 그중 하나는 지워도 됩니다. 대부분 지워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2. 같은 단어가 계속 돌아온다 — 특히 ‘여정’
“이건 AI가 썼구나” 하고 한눈에 알아보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정’입니다.
성장의 여정, 글쓰기의 여정, 나를 찾아가는 여정. 사람은 일상에서 이 단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AI는 좋아합니다. ‘여정’ 말고도 한 편에 같은 단어가 네다섯 번 반복되면 그건 어휘가 아니라 AI가 문장을 굴린 흔적입니다.
글을 다 쓴 뒤 검색 기능으로 눈에 걸리는 단어 하나를 찾아보세요.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3. 시점이 흔들린다
문단마다 말하는 사람이 바뀝니다. 앞에서는 “저는”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우리는”이 되고, 끝에서는 “당신은”이 됩니다.
사람이 쓴 글은 시점이 잘 안 흔들립니다. 자기가 어디에 서서 말하는지 알고 쓰기 때문입니다. AI는 문단 단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글 전체의 자리를 잊습니다.
4. 피동태와 번역투
AI는 주어를 숨깁니다.
❌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어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 저는 이 결과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되어진다”, “~에 의해”, “~을 통해”, “~에 있어서”. 이 네 개만 찾아 지워도 문장이 절반은 살아납니다. 누가 했는지 밝히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5. 리듬이 평평하고, 마무리가 늘 같다
AI 문단은 문장이 모두 비슷한 길이로 이어집니다. 읽는 리듬이 평평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반드시 교훈으로 수렴합니다.
❌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 아닐까요?
좋은 글의 마지막 문장은 대체로 교훈이 아니라 장면입니다. 결론을 요약하지 말고, 그 이야기에서 가장 구체적인 한 장면으로 끝내보세요.
가장 정확한 검사는 입으로 읽는 것입니다
저는 방송 대본을 쓰면서 이 습관이 생겼습니다. 대본은 결국 사람이 소리 내어 발화합니다. 눈으로 볼 때는 멀쩡한 문장도 입으로 읽으면 걸립니다. 숨이 안 쉬어지는 자리, 혀가 꼬이는 자리가 정확히 문제가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글을 고칠 때 반드시 입으로 읽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도 그렇습니다. 방송 대본을 오래 쓰다 보니 말하듯 쓰는 것이 익숙해졌고, 그렇게 쓴 글이 읽는 사람에게 더 가깝게 가닿는다고 믿습니다.
위 다섯 가지를 다 점검하는 것보다, 소리 내어 한 번 읽는 것이 빠릅니다. 읽다가 걸리는 자리가 있으면 거기가 AI 문장입니다.
AI 티를 지우면 표절이 되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문체가 아니라 출처와 사실입니다. AI가 지어낸 정보를 확인 없이 쓰면 문장을 아무리 다듬어도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사실이 정확하고 판단이 본인 것이라면, 문장을 자기 리듬으로 고치는 건 그냥 퇴고입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글의 경험과 판단이 내 것인가.
🚀 실전 AI 프롬프트 가이드
AI 초고에서 고칠 자리를 찾을 때 쓰는 프롬프트입니다. 고쳐달라고 하지 말고,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달라고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치는 건 사람이 합니다.
아래 글을 고치지 말고, 진단만 해주세요.
다음 다섯 가지 항목별로 해당하는 문장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한 줄로 설명해 주세요.
1. 같은 메시지를 표현만 바꿔 반복한 문단
2. 세 번 이상 반복된 단어 (횟수도 함께 표기)
3. 시점이 바뀐 지점 (저는 / 우리는 / 당신은)
4. 피동태·번역투 (~되어진다, ~에 의해, ~을 통해)
5. 교훈으로 수렴하는 마지막 문단
수정안은 제시하지 마세요. 문제 지점만 알려주세요.
[여기에 원고를 붙여넣기]
진단 결과를 받으신 뒤에는 직접 고치시고, 마지막에 소리 내어 한 번 읽으세요. 그게 마지막 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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