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싶은데 목차부터 만들어야 하나요?”
첫 문장이 막막한 사람에게 목차는 방향을 줍니다. 하지만 아직 쓸 장면을 하나도 고르지 못했다면 빈 목차도 빈 원고만큼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먼저 책이 답하려는 질문을 적고, 떠오르는 장면을 모아 임시 목차를 만드세요. 원고를 쓰면서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목차는 완성된 순서표가 아니라 작업 지도입니다
방송 원고를 구성할 때도 취재 전에 방향을 생각하지만, 인터뷰에서 예상 밖의 이야기가 나오면 원래 순서를 고칩니다. 처음 세운 구성안을 지키기 위해 좋은 장면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전자책 목차도 독자가 어떤 길로 글을 따라올지 가늠하는 지도입니다. 쓰기 전에 길을 대략 그려두고, 실제 원고를 보며 고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목차를 만든 뒤에는 각 장 옆에 이미 가진 재료를 적어보세요. 쓸 수 있는 장면이나 메모가 있는지 확인하면, 멋있게 들리지만 아직 쓸 내용이 없는 제목도 보입니다.
1. 책이 답할 질문을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주제가 ‘나의 변화’라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려는지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이직을 앞두고 두려웠던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나?”처럼 범위를 좁혀보세요. 질문은 독자에게 약속하는 내용이자, 넣을 이야기와 덜어낼 이야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처음 문장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고를 쓰면서 책의 중심이 달라졌다면 질문도 다시 적을 수 있습니다.
2. 질문에 닿는 장면을 모아 묶습니다
질문을 몇 개의 장으로 나눌지 곧바로 정하기보다 기억나는 장면과 메모를 먼저 적어보세요. 가령 이직에 관한 책이라면 사직 의사를 말한 날, 책상 위 물건을 챙긴 날, 새 일의 첫날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예시입니다.
그 장면들을 시간순으로만 늘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가 먼저 알아야 할 상황, 가장 궁금해할 선택, 시간이 지난 뒤 달라진 생각을 살펴보며 묶어보세요. 하나의 장에 서로 다른 질문 두세 개가 들어간다면 장을 나눌지 검토합니다. 반대로 이름만 다른 장들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합칠 수 있습니다.
3. 각 장이 독자에게 하는 일을 확인합니다
임시 목차의 장 제목 아래에 “이 장을 읽고 무엇을 알게 되나?”를 한 줄씩 써보세요.
| 살펴볼 것 | 스스로 묻는 질문 |
|---|---|
| 시작 | 독자가 이 이야기를 따라오려면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하나? |
| 전개 | 어떤 장면과 선택이 책의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나? |
| 마무리 | 앞의 장면을 지나온 지금, 무엇을 다르게 보게 되었나? |
세 줄은 정해진 챕터 이름이 아닙니다. 책에 필요한 흐름을 점검하는 방법입니다. 실제 목차의 장 수와 순서는 가진 재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쓰는 『방송작가는 바로 “글 써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도 질문을 통해 그 시절의 나와 장면을 꺼내는 부분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답을 고르고 순서를 바꾸어 한 편의 글로 편집하는 부분을 따로 두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법만으로는 독자가 자기 원고를 끝까지 완성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어디에서 멈출지를 생각하면, 목차에 어떤 단계가 더 필요한지도 보입니다.
목차를 고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원고를 쓰다 보면 예상보다 힘이 있는 장면이 나오고, 처음에는 중요해 보였던 장이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처음 정한 질문과 각 장이 하는 일을 다시 확인합니다.
- 새 장면이 책의 질문에 더 잘 답한다면, 장의 위치를 옮길 수 있습니다.
- 두 장이 같은 답을 반복한다면, 묶거나 한 장의 역할을 바꿉니다.
- 독자가 따라오기 전에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앞쪽에 배치합니다.
목차가 바뀌었다고 처음부터 잘못 짠 것은 아닙니다. 실제 원고를 읽으며 책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찾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일은 챕터 제목을 모두 완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이 답할 질문 한 문장과 그 질문에 닿는 장면 세 개를 적어보세요. 각 장면을 왜 넣고 싶은지 한 줄씩 써두면 임시 목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함께 읽을 글: 에세이 쓰기, 왜 질문이 먼저인가 — 글 한 편을 시작할 장면을 고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