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응모작, AI로 두 배 늘었다

일본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 접수된 응모작이 1,012편으로 집계됐습니다. 예년 평균이 400편 안팎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두 배를 훌쩍 넘긴 숫자입니다. 이 흐름이 한 공모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늘은 이 소식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일본 주요 문학상, 응모작이 일제히 늘었다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흐름이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은 731편으로 전년보다 60% 늘었고, 카도카와 ‘전격소설대상’은 5,088편으로 40%, 신초샤 ‘신초신인상’도 3,518편으로 30% 증가했습니다(2026년 8월 17일 한국경제 등 보도 기준). 여러 문학상에서 동시에 응모작이 급증한 걸 보면, 생성형 AI로 초고를 빠르게 완성해 여러 공모전에 투고하는 흐름이 이미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늘었나 — 그리고 최근엔 이런 일까지 있었다

심사 관계자들은 초기 심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경우 작품 한 편당 수천 엔이 들고, 응모작이 급증하면 연간 수백만 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습니다. AI가 쓴 글과 사람이 쓴 글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있었습니다. 한 작가가 AI 도움을 받아 3주 만에 소설 100편을 써서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 한꺼번에 응모한 겁니다(2026년 9월 17일 헤럴드경제 등 보도). 이 작가는 “AI 시대에 문학상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볼 계기가 됐으면 해서”라고 응모 이유를 밝혔다고 하는데요,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 사건은 공모전 운영 방식 자체를 흔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야카와 SF 콘테스트는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나

콘테스트 측은 다음 회부터 생성형 AI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명시하도록 규정을 바꾸고, 한 사람이 여러 작품을 동시에 투고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100편 응모 사건 이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인당 응모작을 1편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 중입니다. 아직 시행 전인 계획이라는 점은 감안해서 보셔야 합니다.

한국은 정반대 길을 간다

흥미로운 건 한국의 대응 방향이 일본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AI 사용 명시’로 문을 열어두는 쪽을 택했다면, 국내 주요 신춘문예와 창비 신인문학상 등은 아예 모집 요강에 “AI로 제작한 작품은 응모할 수 없다”는 문구를 못 박았습니다. AI 학습 과정이 불투명해 나중에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표기 의무화 정도가 아니라 출품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쪽에 가깝다는 점에서, 국내 공모전 준비생에게는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인 셈입니다.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 챙겨야 할 것

먼저, 지원하려는 공모전의 AI 활용 규정을 응모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국내 상당수 공모전이 AI 활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퇴고 과정에서 AI 도구를 어디까지 썼는지 스스로 점검해두지 않으면 접수 단계에서부터 자격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응모작이 몰릴수록 심사위원이 한 편에 쏟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수백, 수천 편을 짧은 기간에 훑어야 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초반 몇 문단에서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죠. 첫 문단, 첫 페이지에서 시선을 붙잡는 힘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AI로 빠르게 양산된 글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이 사람만의 목소리’가 담긴 글의 희소가치는 올라갑니다. 완성도만큼이나 내 색깔이 뚜렷한 문장을 남기는 게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될 거예요.

일본의 이번 사례는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니라, 앞으로 국내 공모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보여주는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응모작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예선 심사 방식 자체가 더 엄격해지거나 규정이 더 촘촘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음 응모작을 준비하신다면,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 ‘내가 이 작품에 남긴 고유한 흔적’이 무엇인지도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 최근 지원한 공모전에서 AI 활용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놀라셨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이웃분들께도 유용한 정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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