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수필 심사평과 이론의 함정

당선되고 싶다면 당선작보다 심사평을 먼저 읽으면 어떨까요?

「당선작보다 심사평」 네 번째 편, 경남신문입니다. 2026년 회차에는 전체 2,704편이 들어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그중 수필이 406편이었습니다.

심사평은 쓰는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입니다. 심사위원이 무엇을 보았는지 직접 말해둔 글이니까요. 저도 원고를 쓰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읽으며 정리한 것을 옮깁니다. 원문 링크는 아래에 두었으니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공모전은 어떤 곳입니까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은 200자 원고지 20매 내외로 3편 이내입니다. 다른 곳과 반대로 넘기면 안 되는 조건입니다. 상금 100만 원, 마감은 12월 5일 우편 접수입니다(2026년 회차 공고 기준, 2026년 9월 11일 확인).

분량이 20매로 다섯 곳 중 가장 깁니다. 글자로 치면 4,000자, A4로는 두 장이 조금 넘습니다.

이 분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재 하나로 4,000자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글은 인상 하나로 버틸 수 있지만, 20매는 중간에 이야기가 한 번은 꺾여야 읽힙니다. 소재를 고를 때부터 이 길이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심사평이 지적한 것

2025년 심사평에서 이운경 심사위원은 낙선작들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창작이론에만 갇혀 상상과 해석의 날개를 달지 못한 작품도 많았다.
— 2025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눈여겨볼 표현은 “갇혀” 입니다. 이론을 몰라서 못 썼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론 안에 갇혀서 못 썼다고 했습니다.

당선작 「귀꽃」(김보성)에 대한 평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풍부한 어휘력과 신선한 문체가 수필의 문학성을 견인했고, 꾸밈음처럼 등장하는 우리말이 문장의 맛을 살려주었다.
— 같은 심사평

배운 것을 지킨 글이 아니라, 자기 말이 살아 있는 글이 뽑혔습니다.

이론을 알수록 왜 못 쓰게 됩니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자주 봅니다. 이론이 머릿속에 있으면 “그렇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깁니다. 그러면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 문장이 배운 형식에 맞는지, 구성이 규칙대로인지.

그러다 글이 나오기도 전에 글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아직 한 줄도 안 나왔는데 이미 검사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일단 내게 있는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쏟아낼 때는 규칙을 보지 않습니다. 다듬는 일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이론을 주지 않습니다

수업에서 이론을 그대로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이론을 접목한 질문을 합니다.

이론을 주면 무슨 일이 생기느냐면, 수강생이 그 이론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 시간을 다 씁니다. 글을 쓸 시간이 아니라 이론을 공부할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이론을 잘못 이해하면 엉뚱한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질문으로 바꾸면 다릅니다. 수강생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글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나온 글이 훨씬 풍성합니다.

이론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질문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쓰는 사람이 그것을 이론으로 의식하지 않을 뿐입니다.

2026년 응모작은 달라졌습니다

같은 해 응모작 분석에서는 이런 평이 나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적인 이야기, 사색의 반짝임을 담은 작품들을 다수 엿볼 수 있었다.

수필이 개인의 기록에서 한 걸음 나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우려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완성도가 부족하고, 주제가 평이하며, 입문자가 늘면서 기초 실력의 편차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응모가 역대 최다였다는 사실과 같이 놓고 보면 읽히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많아졌고, 그래서 중간이 넓어졌습니다. 평범한 완성도로는 눈에 띄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 경남신문은 20매 내외로 3편 이내입니다. 넘기면 안 됩니다
  • 이론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론에 갇혀서 떨어집니다
  • 먼저 다 쏟아내십시오. 규칙은 그다음입니다
  • 배운 형식을 지킨 글보다 자기 말이 살아 있는 글이 뽑혔습니다

📮 글을 쓰다가 규칙 때문에 멈춰본 적이 있습니까? 댓글로 남겨주세요.

마감일과 요강은 회차마다 바뀝니다. 최종 확인은 반드시 주최 측 공고를 통해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2025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 2026 경남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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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수필 심사평이 짚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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