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고 싶다면 당선작보다 심사평을 먼저 읽으십시오.
「당선작보다 심사평」 세 번째 편입니다. 이번에는 매일신문입니다. 수필 부문에 들어온 원고가 500편으로 가장 많고, 상금도 300만 원으로 가장 높습니다. 전국에서 원고가 몰리는 곳입니다.
심사평은 쓰는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입니다. 심사위원이 무엇을 보았는지 직접 말해둔 글이니까요. 저도 원고를 쓰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읽으며 정리한 것을 옮깁니다. 원문 링크는 아래에 두었으니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공모전은 어떤 곳입니까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부문은 200자 원고지 15장 안팎으로 3편 이상을 보내야 합니다. 한 편만 보내면 심사에 오르지 않습니다. 상금 300만 원, 마감은 12월 4일 우편 접수입니다(2026년 회차 공고 기준, 2026년 9월 11일 확인).
응모 500편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습니다. 같은 해 경남신문 수필 부문이 406편이었습니다. 수필 부문을 두는 곳 가운데 매일신문이 가장 많이 받는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26년 심사는 권남희, 이미영 두 분이 맡았습니다. 심사위원이 두 명이라는 점이 이 공모전을 읽는 열쇠입니다. 한 사람은 당선작이 왜 좋은지를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떨어진 원고들이 왜 비슷한지를 말했습니다.
하나, 당선작은 시간이 아니라 온도를 말했습니다
당선작은 「-80°C의 기억들」(네로)입니다. 저작권 때문에 본문은 옮기지 않습니다. 링크로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권남희 심사위원은 응모작에 대해 “단련된 문장력을 바탕으로 주제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당선작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의 해결로 보지 않고 기억의 온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 2026 매일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이 한 문장에 당선 이유가 다 들어 있습니다.
슬픈 일을 쓰면 대개 “시간이 지나 괜찮아졌다”로 끝납니다. 가장 흔한 마무리입니다. 당선작은 그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영하 80도에서 살아남는 생물을 소재로 삼아, 해동되지 않은 채 살아 있는 기억을 말했습니다. 태풍 피해와 이웃 할머니의 죽음을 초등학생의 기억으로 다루면서요.
시간이 해결했다고 쓰면 그 글은 거기서 끝납니다. 아직 녹지 않았다고 쓰면 이야기가 열립니다.
둘, 소재가 한쪽으로 몰립니다
이미영 심사위원의 지적은 방향이 다릅니다.
많은 작품이 부모님 투병과 희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 2026 매일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평범한 일상 나열과 의미 없는 대화체는 삭제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500편 중 상당수가 같은 자리에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글들이 못 썼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소재가 500편 중 100편이면, 100편이 서로를 지웁니다.
왜 다들 그리로 갈까요
수필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대에서 부모의 투병은 가장 큰 아픔이자 슬픔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손만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으니 자연히 그리로 갑니다.
비슷한 쏠림을 다른 데서도 봅니다. 삼사십 대가 쓰는 글에는 여행 이야기가 유독 많습니다. 그 나이대가 가장 자주 겪고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경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재가 몰리는 것은 그 소재가 진부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절실해서입니다. 다만 심사대 위에서는 절실함이 겹치는 순간 구별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그 소재를 버려야 합니까
아닙니다. 심사평도 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당선작 역시 죽음을 다뤘습니다. 이웃 할머니의 죽음입니다. 차이는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를 어디에 놓았는가에 있었습니다. 영하 80도라는 전혀 다른 자리에 놓으니 같은 죽음이 다르게 읽혔습니다.
쓰고 싶은 소재가 부모의 투병이라면 그대로 쓰십시오. 대신 하나만 확인하십시오. 이 글이 100편 중 한 편이 아니라 한 편이 되려면, 내가 무엇을 더 놓아야 하는가.
정리하면
- 매일신문은 3편 이상입니다. 편수 미달은 심사에 오르지 않습니다
- “시간이 해결했다”로 끝내지 마십시오. 가장 흔한 마무리입니다
- 부모의 투병은 가장 많이 겹치는 소재입니다. 쓰되, 겹친다는 것을 알고 쓰십시오
- 소재를 바꾸는 대신 소재를 놓는 자리를 바꾸십시오
📮 지금 쓰고 계신 수필의 소재는 무엇입니까? 댓글로 남겨주세요.
마감일과 요강은 회차마다 바뀝니다. 최종 확인은 반드시 주최 측 공고를 통해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2026 매일신춘문예 수필 부문 심사평
– 2026 매일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80°C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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