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수필 심사평은?

당선되고 싶다면 당선작보다 심사평을 먼저 읽으십시오.

당선작은 결과입니다. 심사평은 그 결과가 나온 이유이고, 심사위원이 직접 말로 남겨둔 유일한 기준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당선작만 읽고 심사평은 건너뜁니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사평은 쓰는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입니다. 심사위원이 무엇을 보았는지 직접 말해둔 글이니까요. 저도 원고를 쓰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읽으며 정리한 것을 옮깁니다. 원문 링크는 아래에 두었으니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공모전은 어떤 곳입니까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은 주민등록상 전북특별자치도 거주자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상금 150만 원, 200자 원고지 15~20매로 2편 이상, 마감은 12월 10일 도착분입니다(2026년 회차 공고 기준, 2026년 9월 7일 확인).

2026년 심사는 문학평론가 배귀선 씨가 맡았고, 당선작은 문미숙의 「거미의 집」입니다.

첫째, 겪은 일을 그대로 쓰지 말 것

심사평은 수필이 문학이 되려면 “기표 사유의 수용이라든가 수사적 입장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2026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말이 어렵지만 요구는 단순합니다. 겪은 일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일도 어떤 말로 옮기느냐에 따라 다른 글이 되는데, 그 선택을 하지 않은 원고를 지적한 것입니다.

경험이 재료라면 표현은 조리법입니다. 재료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원고가 여기서 걸립니다.

둘째, 시간 순서대로 쓰지 말 것

최종심에 올랐다가 밀린 작품 「스위치」에 대해 심사평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현재, 과거, 현재로 이어지는 맥락의 단조로움이 아쉬웠다.”

묘사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밀렸습니다. 이유는 구성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다가 옛날로 갔다가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는 방식은 가장 흔한 수필의 뼈대입니다. 익숙해서 편하지만, 익숙해서 밀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배열해야 합니까

방송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열지 않고, 가장 낯설거나 궁금한 장면부터 먼저 보여준 뒤에 그 장면이 왜 나왔는지를 뒤로 미루는 방식을 씁니다. 결과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앞으로 당기고, 거기에 이르게 된 배경은 중간에 끼워 넣습니다.

수필도 같은 원리를 쓸 수 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적다가 막히는 자리가 있다면, 그중 가장 낯선 장면 하나를 글의 맨 앞으로 옮겨보십시오. 나머지는 그 장면을 설명하는 순서로 다시 배치하면 됩니다.

셋째, 감정을 누르고 생각을 얹을 것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은 “고통과 슬픔을 절제된 감정으로 형상화하고 사유를 덧입혀 입체성을 더한” 점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가 함께 있습니다. 감정은 눌렀고, 생각은 얹었습니다.

슬픈 일을 쓰면서 슬프다고 적지 않는 것이 절제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 일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를 놓는 것이 사유입니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평면이 됩니다. 감정만 쏟으면 하소연이 되고, 생각만 적으면 설명문이 됩니다.

「거미의 집」이 한 일

저작권 때문에 본문은 옮기지 않습니다. 아래 링크로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읽으실 때 한 가지만 보십시오. 거미집이 무엇으로 겹쳐지는가. 심사평은 거미집이 고모의 집으로, 다시 화자의 집으로 점층적으로 이미지화된다고 설명합니다. 하나의 사물이 글 안에서 뜻을 세 번 늘린 것입니다.

소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뜻이면 평면입니다. 겹침이 생기면 층이 됩니다. 심사평이 말하는 ‘입체성’이 이것입니다.

작년에는 당선작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더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25년 이 공모전의 수필 부문에는 당선작이 없었습니다. 발표 지면에 오른 것은 가작 한 편(김필령)뿐입니다. 심사를 맡은 이는 2026년과 같은 배귀선 씨입니다.

당선작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기준을 낮추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응모작이 적어서가 아니라, 기준에 닿은 원고가 없으면 비워두는 곳이라는 신호입니다.

응모자 입장에서 이 사실은 두 갈래로 읽힙니다. 겁이 나는 정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운이 아니라 기준으로 뽑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준이 분명하면 준비할 것도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심사평을 먼저 읽으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 겪은 일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어떤 말로 옮길지 고르십시오
  • 시간 순서는 가장 흔한 뼈대입니다. 다르게 배열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 감정은 누르고, 그 자리에 생각을 놓으십시오
  • 소재가 다른 무엇과 겹치는 지점을 찾으십시오. 하나뿐이면 아직 평면입니다

📮 준비 중인 수필의 소재를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입니까? 댓글로 남겨주세요.

마감일과 응모 자격은 회차마다 바뀝니다. 최종 확인은 반드시 주최 측 공고를 통해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2026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입체적 사유의 조율」
– 2026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발표
– 2025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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